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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 15

벤야민 이론을 통한 올드보이 감상

[#1 정신산만한 시험관] 발터 벤야민은 현재까지도 영향력을 미치는 최고의 지성이자, 대중문화를 예술의 영억으로 끌어올린 최초의 인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는 무한히 복제 가능한 대중문화가 예술의 진품성과 일회적 현존성으로 구조화 된 아우라를 붕괴시키는 과정을 통해 대상에 대한 온전한 침잠을 방해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이 예술이 가지는 기존의 제의적 가치로부터의 탈출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대중문화의 의의를 찾고 있다. 우리는 예술이 강요했던 일방적인 의미의 가치 전달로부터 탈출하여 예술을 비판하는 시험관, 그의 말에 의하면 침잠을 거부한 ‘정신 산만한 시험관’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으로부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입을 경험하기도 한다. 오감을 압도..

영화 돈 리뷰 – 돈이 곧 개연성이 될 수 있다는 착각 –

[#1 선택과 집중, 오락영화로서 알맞은 편집] 영화는 주식이라는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관객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단순하고 매우 평이한 플롯을 지향하고 있다. 어리버리한 증권 브로커 일현은, 부자가 되고 싶은 부푼 꿈을 안고 증권가에 들어왔지만 6개월 넘게 사고만 치는 사회초년생이다. 일현은 같은 사무실 유민준 과장의 소개로 일명 “번호표“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부정적으로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다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그를 배신하고 그가 잡히도록 금융감독원을 돕는다. 감독은 ‘돈’이라는 직설적이며 직관적인 영화 제목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지향점을 중심으로 직선으로 달려가는 인간 군상에 대한 영화를 완성하고자 했다. 평이하고 어디서 본 듯한 스토리라인은 관객이 좀 더 빨리 영화의 상황을 파..

승리호 - 주워야 할 것은 우주 쓰레기가 아닌 개연성이었다 -

[#1 K-가오갤, 명확한 컨셉] 뭘 찍고 싶었는지는 알겠다. K-가오겔 뭐 이런 컨셉이었겠지. 업동이 (유해진 분)가 말많은 그루트 포지션, 타이거 박(진선규 분)이 머리나쁘고 힘쓰는 더글라스 포지션, 태호(송중기 분)가 과거의 상처를 간직한 스타로트 포지션에, 마지막으로 장선장을 오리지널 포지션으로 추가하여 적당히 구성한 것 같다. 그러나 완성된 결과물은 너무도 참담했다. 케릭터는 단순했으나 설득력 또한 없었다. 영화는 모든 케릭터의 과거를 말하다가 쓸데없이 길어졌고, 루즈해졌다. 빌런의 개연성은 상실된 상황에서 영화는 무너진 갈등 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시를 중심으로 한 신파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신파도 개연성이 없었다는 데서 눈물이 난다. 이 영화의 장단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리고 이 ..

로켓맨 - 까다로운 전설을 이해하는 가장 명석한 방법 - feat. 보헤미안 랩소디

[#1 엘튼 존에 대해 아시나요] 영화는 하나의 기회를 제공한다. 2020년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젊은 한국인들에게 엘튼 존은 하나의 피상적 존재이다. 197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세계적으로 히트한 몇가지의 노래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가수. 좀 더 파편적인 기억을 더듬으면 아마 동성애적 성향을 가지고, 남자와 결혼을 했던 것 같은 가수 정도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그의 노래와 삶을 소개한다. 영화는 아름다우면서도 파워풀한 그의 명곡을 선명한 화면과 음계로 다시 쌓아 올린다. 그가 경험했던 높고 낮은 삶의 궤적은 분명하게 그가 불렀던 노래에 스며들었다. 다시 재구성된 명곡은 그의 삶과 함께 빛나기 시작한다. 영화는 분명히 하나의 기회를 제공한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그의 삶과 노래는 그를 하나의 ..

포르노그래픽 어페어(Pornographic affair) - 의도한 운명의 결과 -

눈앞에서 상대가 멀어진다. 그녀를 위해 내가먼저 꺼낸 이별의 자리에서, 늘 그랬듯이 적당한 인사말을 건내 받은 그녀가 인파속으로 사라진다. 다만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녀를 사랑한다. 그래서 간절히 빈다. 무엇인가 일어나서 내가 틀렸다고 말해주길, 이 이별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길. 언뜻 생각하면 영화‘pornographic affair’에서의 두 주인공의 이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평생의 만남과 이별의 순간에서 남자는 여자의 눈빛만으로 이별을 말한다. 그리고 청혼까지 했던 여자는 그것에 묵묵히 동의한다. 박자는 어긋났지만 점차 고조되며 절정으로 치닫던 사랑이 순식간에 조용한 파국을 맞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면 이..

영화 해변의 여인 - 본질과 이미지-

영화는 두 명의 ‘해변의 여인’이 나온다. 영화감독인 중래(김승우 분)가 시나리오 완성을 위해 신두리에 갔을 때 처음만난 여자인 문숙(고현정 분)과 이틀 뒤 다시 신두리에 온 중래가 두 번째로 만난 여자가 선희(송선미)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 두 명의 여인들의 관계가 좀 묘하다. ‘이틀 뒤’라는 감독의 재기발랄한 자막의 앞뒤로 두 여자가 구조적으로 대칭된다는 것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중래라는 감독을 기준으로 두 여자는 같은 만남의 방식, 같은 횟집, 같은 하룻밤의 사랑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적 특성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우선 두 여자에 대한 중래의 태도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여자의 관계에 대한 중래의 시각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중래는 문숙과 헤어진 이후에 만난 선희와 ..

비지터(The visitor) - 정신을 깨운 불청객 -

[#1 북을 친다] 그 특이한 아프리카 선율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타렉이 윌터에게 처음 아프리카 드럼을 가르쳐 주는 장면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길게 주름이 피어난 손가락 사이로 느끼는 어린아이의 감성과 약간의 부끄러움, 축 늘어진 오래된 양복이 조금씩 들썩거리기 시작할 때의 환희, 비로소 누군가에게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는 노인의 표정, 그리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3박자의 아프리카 리듬은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은은한 의미의 향을 피워낸다. 그 특이한 아프리카의 선율은 심장을 울린다. 호젓하게 흘러가는 4박자의 울림과는 달리 3박자의 리듬은 고조되는 심장의 박자와 닮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을 친다는 것은 잠든 심장을 깨워 흔드는 것과 같다. 북과 공명하여 맹렬히 춤추는 심장의 두근거림 속에..

레볼루셔너리로드 - 변화와 변혁의 갈림길-

[#1 안락의 동의어, 권태] 진부한 표현이지만,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구구절절이 들지 않아도 우리는 오늘 먹을 한 끼의 점심메뉴에도 갈등과 판단을 되풀이하며 선택 이후에는 후회와 평가가 뒤따른다. 하물며 삶이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의 가닥을 바꿀만한 선택도 당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고귀한 프랭크 부부도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영화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두고 갈등하는 부부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안락과 평안은 삶의 안정감을 준다. 선남선녀의 결혼과 함께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새로 둥지를 튼 이 부부야 말로 안정되고 편안한 가정의 전형이다. 프랭크는 안정된 직장에 근무했고 아내는 여전히 아름다웠으며 무엇보다 그..

영화 마션 리뷰 1 - 우주 해적의 언택트 구출기 -

[#1 Space Pirate] 와트니는 탐사대에서 버려진 시점에서 미션으로부터 이탈한다. 대열으로부터의 이탈은 와트니를 하나의 독립적인 단위로 만든다. NASA 기지 밖의 화성은 해사법에 따른 '공해'이고, 와트니는 탈출을 위해 기지 밖 '영토'인 우주선을 탈취해야 한다. 그는 우주선 탈취에 어떤 국제 기구로부터 허락도 받지 않은 상태이므로, 와트니는 우주 해적이 된다. 삼단논법으로 자신을 우주 해적으로 소개한 와트니는 웃는다. 이 영화는 무한한 긍정의 영화이다. 홀로 남겨진 세계에서 하나의 작은 발걸음은 자신의 생과 사를 가르는 중대한 결정이 된다. 와트니가 식량 확보를 위해 기지 내에서 농사를 짓는다. 농사를 짓기 위해 기지 내에서 불을 지핀다. 불은 높은 확율로 감자를 자라게 할 것이고, 낮은 확..

영화 마션 리뷰 2 - 할리우드의 PC주의와 친절한 중국 -

[#4 Changing Atmosphere in Hollywood] 최근 몇년간 할리우드의 제작환경 및 영화 시나리오 상에서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 그 트랜드 중 가장 강력한 흐름 중 하나는 PC(Political Correctness)로, 많은 영화는 제작 시점부터 페미니즘 / 유색인종 문제에 대한 제작자의 답변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맨 인 블랙 : 인터네셔널'의 마지막 장면에서 에이전트 H가 직접 맨 앤 우먼 인 블랙이라는 대사를 언급하는 것과 같이 영화 대사 내부에서 남녀 평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라든지, 영화 전반에 여성 리더를 세우는 현상은 페미니즘을 대표한다. 디즈니의 인어공주 배역이나 스파이더맨의 다수 배역에 백인 대신 흑인이 캐스팅 된 것은 White Washing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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