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pace Pirate]
와트니는 탐사대에서 버려진 시점에서 미션으로부터 이탈한다. 대열으로부터의 이탈은 와트니를 하나의 독립적인 단위로 만든다. NASA 기지 밖의 화성은 해사법에 따른 '공해'이고, 와트니는 탈출을 위해 기지 밖 '영토'인 우주선을 탈취해야 한다. 그는 우주선 탈취에 어떤 국제 기구로부터 허락도 받지 않은 상태이므로, 와트니는 우주 해적이 된다.
삼단논법으로 자신을 우주 해적으로 소개한 와트니는 웃는다. 이 영화는 무한한 긍정의 영화이다. 홀로 남겨진 세계에서 하나의 작은 발걸음은 자신의 생과 사를 가르는 중대한 결정이 된다. 와트니가 식량 확보를 위해 기지 내에서 농사를 짓는다. 농사를 짓기 위해 기지 내에서 불을 지핀다. 불은 높은 확율로 감자를 자라게 할 것이고, 낮은 확율로 기지를 날려버릴 것이다. 확율에 따른 생존 기대값을 구하는 것 따위의 작업은 불필요하다. 문제가 생기면 100%의 확률로 죽는다. 하지만 멋진 우주 해적이라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울지말고 웃어야 한다.
와트니가 마주하는 현상과 상황은, 그가 처음 화성에 정착한 인류라는 점에서 전인미답의 세계이다. 하나의 상황을 해결하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와트니에게 해결을 강요한다. 와트니는 성실하게 하나의 계단을 올라간 뒤 눈앞에 보이는 다른 계단을 오른다. 잠시 발을 헛딛어 다시 원래의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일단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그것을 미치지 않고 수행하기 위해서는 웃어야 한다. 이 영화는 긍정에 대한 영화이다.
[#2 Communication Can Make Difference]
화성에 홀로 남겨진 와트너의 생존과 귀환은 역설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화성으로부터의 생환은 다층적 커뮤니케이션 중첩의 결과물이다. 생존과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부분은 와트니의 독백이다. 영화는 화성에서 미션 수행 중 긴급 상황으로 지구로 복귀하는 헤르메스호와, 그 과정에서 사고로 인해 남겨진 와트니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와트니가 사고로 인한 상처를 처리한 뒤 가장 처음으로 하는 행위는 컴퓨터의 캠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녹음하는 독백이다.
이러한 웹캠을 사용한 독백 커뮤니케이션은 와트니가 생존을 위해 식물 재배 계획을 세울 때, 통신장비 획득을 위해 기지로부터 3,200KM 떨어져있는 스키아파렐리 평원으로 가는 계획을 세울 때와 같이 와트니가 생존을 위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반드시 등장한다. 웹캠은 와트니의 커뮤니케이션을 무언의 내면적 독백에서, 언어적 표현형과 대화의 형식을 갖춘 외면적 독백으로 밀어올린다.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은 대상을 상정하고 소리내어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존 여부를 끊임없이 확인받는다. 음성이 발생시키는 진동은 살갗을 뚫고 정신을 흔들어 깨운다. 곧 무너질 정신의 붕괴는 끊임없이 이연되는 것이다.
좀 더 근본적인 생환 문제의 해결은 NASA를 중심으로 한 Node Communication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구와 화성, 헤르메스호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NASA는 정보의 흐름을 차단, 혹은 통과 시킬 수 있는 Centrality를 가진 주체가 된다. NASA는 언론에게 와트니의 생존을 은폐하고, 화성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간단한 방법을 통해 지상에서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NASA는 커뮤니케이션 링크를 하나하나 오픈하면서 와트니의 생환이라는 우주적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NASA가 연결한 첫번째 링크는 언론과의 정보공유이다. 정보 공유는 위성을 통한 정찰에서 특이사항이 발생할 경우 24시간 안에 공표하기로 되어있는 NASA의 내부규칙을 이행하면서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NASA의 상황 공개를 통해 NASA는 와트니와의 공식적인 연결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와트니 생존 및 구출작전 수립을 숨김없이 언론과 공유한 덕분에, 중국 당국이 극비리에 준비하던 보급선 '태양신'을 와트니 구출에 쓰도록 결정하게 도왔다.
화성에 있는 와트니와의 Path Finder 링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구조 대상고의 다이렉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와트니는 NASA와의 연결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대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획득했고, 살아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된다. 또한 각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아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 2, 3옵션을 선택하여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돕는다.
NASA의 정보 링크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헤르메스호와의 연결이다. 와트니를 구하기 위한 최초의 로켓이 발사 중 좌초된 후, 남은 방식은 태양신의 보급을 받은 헤르메스가 지구를 한바퀴 돌아 다시 화성을 가는 Swing By였다. 이는 헤르메스호의 선원 5명을 전부 죽일 수 있는 파국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결정이었고, NASA의 의사 결정권자는 이 옵션을 헤르메스에게 알리지 않기로 한다. 이 결정에 반대를 한 미치 헨더슨이 몰래 구출 계획을 헤르메스호에 알리면서 새로운 구출 계획이 수립된다. 이 결정은 와트니를 실질적으로 지구로 데려오게 된다.
NASA가 발생하는 여러 상황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옵션들에 대해 하나라도 정보를 차단했다면, 와트니의 생환은 불가능했다. NASA는 정해진 규칙을 실행했고, 헤르메스 호와의 연락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정보를 모두 공유하여, 집단 지성을 통해 최선의 결정이 선택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영화는 긍정의 영화이면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3 Great America Agian]
커뮤니케이션의 투명성과 의사 결정은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이자 이상이다. 또한 화성에 남은 와트너 한 사람을 생환시키기 위해 사용가능한 모든 정보와 인력을 동원하는 장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은밀하게 이야기하는 미국 우월주위를 다시 연상시키기도 한다. NASA 우주복에 선명하게 그려진 미국 국기는 할리우드가 몇십년 동안 반복해 온 자유민주주의와 미국의 이미지를 반복재생한다. 다만,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긍정과 소통의 메시지는 전 인류적이고, 그것이 '아마겟돈'과 같은 미국 영웅 설화보다 훨씬 그럴듯하다. 이점이 이 영화가 철저하게 미국적인 영화이면서도 높은 반감을 가져오지는 않는 요소인 것 같다.
'리뷰 >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지터(The visitor) - 정신을 깨운 불청객 - (0) | 2021.01.25 |
---|---|
레볼루셔너리로드 - 변화와 변혁의 갈림길- (0) | 2021.01.25 |
영화 마션 리뷰 2 - 할리우드의 PC주의와 친절한 중국 - (0) | 2021.01.12 |
영화 사우스포 - 상승과 하락, 전진과 백스텝으로 만든 강렬한 단막극 - (0) | 2021.01.10 |
그때 그 사람들 – 번뜩이는 재치로 만든 아쉬운 블랙 코미디 - (Feat. 남산의 부장들) (0) | 2021.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