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Changing Atmosphere in Hollywood]
최근 몇년간 할리우드의 제작환경 및 영화 시나리오 상에서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 그 트랜드 중 가장 강력한 흐름 중 하나는 PC(Political Correctness)로, 많은 영화는 제작 시점부터 페미니즘 / 유색인종 문제에 대한 제작자의 답변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맨 인 블랙 : 인터네셔널'의 마지막 장면에서 에이전트 H가 직접 맨 앤 우먼 인 블랙이라는 대사를 언급하는 것과 같이 영화 대사 내부에서 남녀 평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라든지, 영화 전반에 여성 리더를 세우는 현상은 페미니즘을 대표한다. 디즈니의 인어공주 배역이나 스파이더맨의 다수 배역에 백인 대신 흑인이 캐스팅 된 것은 White Washing 논란에 대한 영화계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마션'은 최근의 할리우드 흐름에 맞게 우주왕복선 헤르메스호의 선장을 여성으로 설정하였다. 이는 영화 '아마겟돈'이 대표해왔던 우주 탐험 대장의 마초성 이미지를 흔드는 매우 신선한 캐스팅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설정은 영화의 내적 정합성을 깨트리지 않는다. 선장인 루이스는 와트니를 화성에 놓고 오는 결정을 할때, 또한 귀환하던 헤르메스의 기수를 돌려 다시 화성으로 와트니를 구하러 갈 결정을 할때, 즉 미션의 결절점에서 합리적인 사고와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마침내 화성에서 와트니를 구할 때는 본인이 직접 우주 공간에 뛰어들어 행동하는 리더쉽을 보여준다. 영화 '매드맥스'에서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이 샤를리즈 테론이 분한 퓨리오사인 것에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않듯이, '마션'도 성공적으로 우주 공간에서의 새로운 여성리더를 설정하고 소개 했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의 제작 방향 중 다른 거대한 흐름은 '친절한 중국'이다. 중국은 자국의 거대한 소비시장과 자본을 바탕으로 유무형의 압박을 할리우드에 가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에서 영화를 개봉하기 위해서는 영화 내에서 중국이 긍정적인 이미지로 노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할리우드가 중국시장의 수입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진행하는 자기검열과 맞물려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기업의 투자를 받았다면, 그 내용은 더 세부적인 지침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영화에서 중국 로케이션이 포함되거나, 중국 배우가 반드시 등장해야 하는 것 등이다. 트랜스포머4에서 중국이 주요 촬영 배경으로 등장한 것과 아이언맨3에서 판빙빙이 아주 잠깐이나마 출현했던 것은 이러한 중국 측의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족시키기 위한 영화 시나리오의 변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는 미국적 세계관에서 만들어진다. 냉전시기 미국과 대립했던 소련은 액션, 첩보물의 수많은 영화에서 고정적인 빌런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소련의 붕괴 이후 현실세계에서 미국의 대항세력은 일본을 지나, G2로 부상한 중국으로 옮겨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는 벌써 20년가까이 중국 빌런을 등장시키고 있지 않다. 현실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무역분쟁과 신장 지역의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쟁 등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마션'과 원작인 소설 '마션'은 모두 중국의 기술력과 우주기술의 총체인 태양신을 등장시켜 국면의 전환을 꾀한다. 하지만 영화와 소설은 미묘한 온도차이가 있는데, 원작은 중국이 중국 우주인을 화성에 보내는 조건으로 태양신의 구출 목적의 사용을 제안 하는데 반해, 영화에서는 인도적 목적의 사용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확인 할때 영화 자체가 중국의 투자를 받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뉘양스의 차이는 중국 시장을 의도한 소극적 자기검열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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