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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 15

영화 사우스포 - 상승과 하락, 전진과 백스텝으로 만든 강렬한 단막극 -

상승과 하락 - 사우스포 [#1 상승과 하락의 강렬한 서사] 부, 명예, 가족.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의 상실, 그로인해 수직으로 떨어지는 삶을 스케치한다. 그 다음은 조금 달라질 순 있겠다. 누군가는 떨어진 나락의 삶에선 채로 구원받는다. 종교, 반성 등을 통한 정신적인 고양에 의한 구원이다. 어떤 사람은 떨어진 삶을 거부하고 다시 올라간다. 상실되었던 것을 복원하고 빼앗겼던 것에 다시 닿기 위해 주인공은 노력한다. 소란스럽게 혹은 조용하게 영화는 운명처럼 주인공의 삶을 돌려놓고 떠난다. 하락과 상승이 가지는 삶의 위치에너지는 영화 내부에서 우리를 몰입시키고 흥분시킨다. 영화가 끝나면 암막이 쳐진 2시간 동안 우리는 인생의 하강과 상승을 통해 인생의 의미 한 조각을 깨우쳤다는 의..

그때 그 사람들 – 번뜩이는 재치로 만든 아쉬운 블랙 코미디 - (Feat. 남산의 부장들)

[#1 사건의 진실은 어디부터] 영화 '그때 그 사람들'는 박정희 암살사건이 발생하는 당일 오전부터 김재규가 육본에서 체포당하는 그 다음날, 단 이틀간의 시간을 복기한다. 이는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 '남산의 부장들(2020)'과는 완전히 다른 내러티브 포인트를 잡은 것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부마항쟁 이전부터 김재규와 차지철의 정치적, 개인적 대립과 박정희와의 대립을 서서희 심화시키면서 인과관계를 쌓아 올리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에 반해 '그때 그 사람들'은 '탕'하는 총격의 앞뒤 몇시간을 집중적으로 그려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영화의 서술방식은 몇 가지 효과를 가진다. 첫째는 사건의 인과관계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 '남산의 부장들'은 김재규의 대사와 극적 갈등 장치를 활용하여..

밀양의 구원과 신정론(神正論) - 영화 밀양-

[#1 사랑은 무엇인가] 불편한 영화였다. 포스터에 새겨진 ‘사랑’이란 단어는 이미 영화 속에서 의미를 상실한 뒤였다. ‘이런 사랑도 있고, 저런 사랑도 있다.’는 말은 감독의 변명에 불과했다. 시시껄렁한 멜로물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영화는 의미 없는 잔혹성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숨 막히듯 조여 오는 고통들이 여인을 몇 번이나 실신시키는 장면을 시키는 대로 보아야 했고, 고통의 끝에서 피어나는 역설적인 환희가 그녀의 울음을 통해 토해내 짐을 느껴야 했으며 종국에는 믿음의 날개를 잃고 어둠속으로 추락하는 한 여인을 보아야 했다. 불편했던 점은 이러한 서사구조가 지속적인 하강의 곡선을 그렸다는 데에 있다. 그녀가 끝없는 고통 속에서 하느님의 의미를 받아들였을 때 나는 어떠한 카타르시스도 느끼지 못..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리고 현실은 상상이된다.

[#1 Life지의 폐간에 부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Life지의 폐간에 부친 영화이다. Life지는 1936년 창간 이후 사진의 형태로 기사를 전달하는 포토저널리즘의 장르를 개척하고 오랜 시간 독보적인 명성을 쌓아왔던 잡지사였다. 포토저널리즘은 당대 시대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1928년 코닥이 발명한 컬러필름이 대중화되면서 통해 사진은 색채를 가진 현장성을 현실의 그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는데, 이는 일반적인 텍스트 기사가 제공할 수 있는 객관성과 현장성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저널리즘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Life는 사진 자체의 퀄리티는 물론 잡지의 구도, 인쇄 퀄리티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면서 시장의 주도자가 되었다. 높은 수준의 사진을 얻기..

영화 '관상' - 사료 행간의 놀라운 상상력 -

[#1 사료 행간의 상상력] 사극에서의 상상력은 사료의 행간에서 시작한다. 기록물은 충분한 편향을 가진, 그리고 불완전한 기억력과 체력을 가진 사람이 작성한다. 인식, 육체적으로 불완전한 인간이 작성했다는 매우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특성은 누락과 왜곡이라는 사료의 불완전성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한다. 누락과 왜곡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단계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는 인간의 사고과정으로, 24시간 동안 객관적으로 관리되며 서술되어 온 조선시대 실록에도 사회의 인식이라는 무의식적 프레임이 사료 서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의 일식이나 월식이 조선시대 실록에는 거대한 사회적 현상으로 기술된 것처럼,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무의식의 수준에서 축소되거나 누락될 수 있는 것이다. 행간의 상상력은 여기에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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