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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구원과 신정론(神正論) - 영화 밀양-

[#1 사랑은 무엇인가] 불편한 영화였다. 포스터에 새겨진 ‘사랑’이란 단어는 이미 영화 속에서 의미를 상실한 뒤였다. ‘이런 사랑도 있고, 저런 사랑도 있다.’는 말은 감독의 변명에 불과했다. 시시껄렁한 멜로물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영화는 의미 없는 잔혹성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숨 막히듯 조여 오는 고통들이 여인을 몇 번이나 실신시키는 장면을 시키는 대로 보아야 했고, 고통의 끝에서 피어나는 역설적인 환희가 그녀의 울음을 통해 토해내 짐을 느껴야 했으며 종국에는 믿음의 날개를 잃고 어둠속으로 추락하는 한 여인을 보아야 했다. 불편했던 점은 이러한 서사구조가 지속적인 하강의 곡선을 그렸다는 데에 있다. 그녀가 끝없는 고통 속에서 하느님의 의미를 받아들였을 때 나는 어떠한 카타르시스도 느끼지 못..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신화적 금기와 성장의 모티프 -

[#1 미성년과 성장]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사건을 통한 성장이라는 보편적 담론을 지브리 특유의 유연한 그림체와 따듯한 색감, 풍부한 상상력으로 녹여낸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 애니메이션이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바람의 계곡의 나우시카,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 등 상업화 한 다수의 작품에서 성년이 되기 전의 주인공을 둘러 싼 이벤트와 성장의 과정에 주목해왔다. 이는 지브리스튜디오가 작품의 배경으로 사용하는 요괴설화, 일본 신화 등의 판타지적 대상과 왜곡 없이 상호작용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나이가 유년기~청소년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작품에서는 스토리의 배경이 온천장이라는 신화적 공간으로 전환되는 계기와 그곳에서 성장하는 내러티브 전반에서 어린아이의 순수함, 어른의 탐욕이 계속해서 배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리고 현실은 상상이된다.

[#1 Life지의 폐간에 부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Life지의 폐간에 부친 영화이다. Life지는 1936년 창간 이후 사진의 형태로 기사를 전달하는 포토저널리즘의 장르를 개척하고 오랜 시간 독보적인 명성을 쌓아왔던 잡지사였다. 포토저널리즘은 당대 시대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1928년 코닥이 발명한 컬러필름이 대중화되면서 통해 사진은 색채를 가진 현장성을 현실의 그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는데, 이는 일반적인 텍스트 기사가 제공할 수 있는 객관성과 현장성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저널리즘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Life는 사진 자체의 퀄리티는 물론 잡지의 구도, 인쇄 퀄리티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면서 시장의 주도자가 되었다. 높은 수준의 사진을 얻기..

영화 '관상' - 사료 행간의 놀라운 상상력 -

[#1 사료 행간의 상상력] 사극에서의 상상력은 사료의 행간에서 시작한다. 기록물은 충분한 편향을 가진, 그리고 불완전한 기억력과 체력을 가진 사람이 작성한다. 인식, 육체적으로 불완전한 인간이 작성했다는 매우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특성은 누락과 왜곡이라는 사료의 불완전성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한다. 누락과 왜곡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단계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는 인간의 사고과정으로, 24시간 동안 객관적으로 관리되며 서술되어 온 조선시대 실록에도 사회의 인식이라는 무의식적 프레임이 사료 서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의 일식이나 월식이 조선시대 실록에는 거대한 사회적 현상으로 기술된 것처럼,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무의식의 수준에서 축소되거나 누락될 수 있는 것이다. 행간의 상상력은 여기에서 시..

한국 대기업 군의 사업영역 분석과 채용에 대해

1. 대기업의 사업영역에 관하여 한국 대기업 군의 역사를 살펴보다 보면, 완전히 그 구조가 같지는 않지만 중세시대의 봉건영주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장남은 성이 있는 강력한 영지를 상속받고, 차남은 멀고 조각난 영지로 밀려난다. 그곳은 심지어 독일어를 쓴다. 하나의 家를 이룬 가장은 혼인을 통해 영지를 확장하거나 그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한국의 기업 역시 강력한 Family의 개념과 영지戰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창립자가 낳은 자식들은 LG 처럼 영지를 갈라 가지거나, 두산처럼 형제가 돌아가며 왕위에 앉는다거나, 롯데처럼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지려한다. 혼맥을 통한 영지관리 역시 비슷한 양상을 가진다. 성장을 원하는 기업은 기업의 자산가치를 키우기 위해 몇 가지 선택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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