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기업의 사업영역에 관하여
한국 대기업 군의 역사를 살펴보다 보면, 완전히 그 구조가 같지는 않지만 중세시대의 봉건영주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장남은 성이 있는 강력한 영지를 상속받고, 차남은 멀고 조각난 영지로 밀려난다. 그곳은 심지어 독일어를 쓴다. 하나의 家를 이룬 가장은 혼인을 통해 영지를 확장하거나 그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한국의 기업 역시 강력한 Family의 개념과 영지戰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창립자가 낳은 자식들은 LG 처럼 영지를 갈라 가지거나, 두산처럼 형제가 돌아가며 왕위에 앉는다거나, 롯데처럼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지려한다. 혼맥을 통한 영지관리 역시 비슷한 양상을 가진다.
성장을 원하는 기업은 기업의 자산가치를 키우기 위해 몇 가지 선택을 해야한다. 하나는 동일한 Supply Chain에서 유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영위하는 기업에 대한 합병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현대 중공업의 두산 인프라코어 인수의견 타진이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이는 포트폴리오의 독점력을 강화하여 해자를 건설하는데 목적이 있다.
다른 하나는 기존 영위하는 업종의 고도화, 즉 수직계열화이다. 현대가 현대 모비스, 트랜시스 체계를 구조화하여 후방산업을 통합했던 것이라든가, 최근의 이슈로는 순수 정유업체인 에스오일이 석화사업이라는 전방산업에 뛰어든 것이 예가 될 수 있겠다. Supply Chain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업확장 시점에서의 공급안정성과 이익 증대를 높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헷징 포트폴리오 구성이 있겠다. 대기업군이 종래의 사업영역과 상관 없이 Cash Cow 업종을 손에 넣는다든지, LG 생건처럼 다양한 사업군을 내부에서 만들어 헷징을 하면서 키워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기업은 모듈화 되어있다. 출자이슈를 제외하면 각 계열사는 하나의 완성된 기업이며, 이는 모듈마다 잘라서 나눠먹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장남이 후방산업을 가지고, 차남이 전방산업을 가져 독립하는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그것이다. 혹은 최근 LG처럼 상사무분과 하우시스가 떨여져 새로운 기업을 만들기 용이하다. 이러한 계열사구조는 사실 어느국가의 상장기업에서도 보일 수 있는 현상이지만, 한국은 이러한 상장기업 구조와 가족경영이 긴밀하게 묶여 있어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다.
2. 갈라진 기업들의 채용과 연봉, 업무 분위기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인가. 사모펀드에 의한 합병이 아니라 상속을 위해 자연스럽게 갈라진 대기업 군은 일반적으로 연봉, 업무 분위기, 조직체계 등에서 유의미한 경향성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그 원인을 이들 기업이 창업자가 가지는 기업철학, 기업이 고도로 성장하던 시기에 효과성을 발휘했던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계열분리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LG에서 갈라져 나온 LS, GS (상속은 아니지만) 등은 영위하는 사업영억과 업황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와 연봉,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마 LG 하우시스와 LG 상사가 떨어져나와 생기는 새로운 기업군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이다.
물론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한계도 있고, 삼성↔신세계처럼 같은 계열에서 시작했지만 상당히 업무 분위기가 달라져버린 (아마?) 기업도 있다.
이는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분석에서 단순하지만 의미있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 LG와 LS에 지원을 한다면 한쪽의 현직자를 통해 얻은 연봉, 분위기, 면접 시 요구되는 능력과 태도를 다른쪽 기업에게도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향후 기업분석과 관련하여
향후 관심이 있는 기업군에 대한 재무, 사업영역에 대한 분석과 그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 연봉정보, 자기소개서 등을 함께 살펴보면 재미있는 포트폴리오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구조적으로 격차가 큰 정보 비대칭성 속에서 취업을 준비한다. 또한 점차 어려워지는 취업시장에서 "취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달성해야하는 목표가 되어버린다. 문제는 "취업"이 모든 문제를 선행하는 우선순위로 올라올 때, 일단 나오는 공고는 다 쓰고 붙는 곳에 가보자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취업"자체가 목표인 학생이었고, 그 결과 지금 여러모로 상당히 고생을 하고 있다). 실제 그렇게 합격해서 가 보면 생각보다 좋은 곳일수도 있다. 이 경우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유익하게 작용한 예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어찌저찌 들어간 기업이 그닥 좋지는 않은데 매우 한정된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업계의 리딩 컴패니라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경력을 살려 해당 필드 밖으로 이직하는 것도, 해당 필드 내에서 더 대우가 나은 회사를 찾는것도 매우 어려워진다. 여차저차 돈 벌면서 연애하고, 대리 달면서 그냥 눌러앉게 되는 것이다.
사실 정답은 없다. 전술했지만 정보의 비대칭은 기업 선택에 어마어마한 노이즈를 만들어 낸다. 다만, 한정된 시간과 노력이라는 자원으로 취업을 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연봉/사업의 성장성/기타 정보를 조합하여 자신이 들어가고자 하는 기업을 추리고 그 안에서 취업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그나마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