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리뷰

포르노그래픽 어페어(Pornographic affair) - 의도한 운명의 결과 -

Lee Word 2021. 1. 3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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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상대가 멀어진다. 그녀를 위해 내가먼저 꺼낸 이별의 자리에서, 늘 그랬듯이 적당한 인사말을 건내 받은 그녀가 인파속으로 사라진다. 다만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녀를 사랑한다. 그래서 간절히 빈다. 무엇인가 일어나서 내가 틀렸다고 말해주길, 이 이별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길.

 

언뜻 생각하면 영화‘pornographic affair’에서의 두 주인공의 이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평생의 만남과 이별의 순간에서 남자는 여자의 눈빛만으로 이별을 말한다. 그리고 청혼까지 했던 여자는 그것에 묵묵히 동의한다. 박자는 어긋났지만 점차 고조되며 절정으로 치닫던 사랑이 순식간에 조용한 파국을 맞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면 이 이별은 납득이 가기도 한다. 그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운명론적 사랑이었다. 그들의 만남은 처음부터 여자가 올린 잡지를 통한 우연한 만남이었다. 그리고 만남의 자리에서 서로의 나이, 직업, 연락처 등에 대해 묻지 않는다. 거듭되는 만남 속에서 다음의 만남을 확신할 길은 없으나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이 호텔에서 나누는 사랑은 오로지 현재 보이는 만이 존재하는 지극히 일회적이면서 운명적인 사랑인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운명적이기 때문에 그들은 헤어져야 한다. 실상 그들이 의도했지만 완벽한 운명에 의해 짜여진 그들의 만남은 너무나 연약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을 저울질 하고 지속할 주체를 자신의 감정이 아닌 운명의 선택에 맡김으로써 그들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선 위에서 끊임없이 애틋해 지면서도, 동시에 만남의 끝을 징조하는 상징을 찾는다. 그러나 운명은 어디에도 존재하는 법이다. 면도기에 베이거나 방문 밖에서의 어느 노인의 실신 같은 것은 모두 운명적이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며, 그것을 기다렸기 때문에 운명적인 것이다. 결국 차곡차곡 쌓여가던 상징들은 이별이라는 결과를 조각한다. 그리고 이별의 순간에서는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이별의 정당성을 획득한다.

이제 이런 비이성적이고 이해불가능 할 것 같았던 이별의 장면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영화에서 그 여자가 원했던 사랑은 이런 사랑이 아니었을까. 운명이 만들어내는 가장 낭만적인 사랑. 하지만 결국은 조용한 추억으로 묻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랑을 말이다. 운명이기 때문에, 아니 자신이 의도한 필연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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