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두 명의 ‘해변의 여인’이 나온다. 영화감독인 중래(김승우 분)가 시나리오 완성을 위해 신두리에 갔을 때 처음만난 여자인 문숙(고현정 분)과 이틀 뒤 다시 신두리에 온 중래가 두 번째로 만난 여자가 선희(송선미)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 두 명의 여인들의 관계가 좀 묘하다. ‘이틀 뒤’라는 감독의 재기발랄한 자막의 앞뒤로 두 여자가 구조적으로 대칭된다는 것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중래라는 감독을 기준으로 두 여자는 같은 만남의 방식, 같은 횟집, 같은 하룻밤의 사랑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적 특성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우선 두 여자에 대한 중래의 태도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여자의 관계에 대한 중래의 시각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중래는 문숙과 헤어진 이후에 만난 선희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