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양이의 사냥과 인간의 이해관계]
고양이는 가끔 쥐나, 다람쥐 같은 야생동물을 사냥해서 주인에게 던져주곤 한다. 이러한 이벤트의 저의(?)를 놓고 여러가지의 해석이 있는데, 하나는 고양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주인에게 선물하는 '고양이의 보은' 행위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고양이의 남아있는 사냥 본능에 의한 행동일 뿐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두가지 해석 모두 결과적으로 같은 '소통'의 이해관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이는 쥐를 사냥하는 것이 단순히 사냥본능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사냥한 사냥감을 주인이 보게끔 가져오는 행동은 사냥감을 드러내 대상으로부터 인정을 받고자하는, 야생의 상황을 가정하면 어미에게 사냥감을 자랑하는 인정의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인간에게 선물된 쥐는 사용의 가치가 없는, 이해관계가 없는 물건이다. 물론 초기 고양이의 가축화가 진행될 당시 고양이에게 쥐를 잡는 행위는 매우 바람직하고 인간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인간에게는 쥐를 잡는 행위, 그것을 전시하는 행위 모든 것이 쓸모는 없다. 이 지점에서 고양이와 인간의 이해관계는 부딪친다. 고양이가 주인에게 잘 보이고자 저지른 행동이 현대의 인간에게는 소름돋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고양이는 인간의 이해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해만 강조한 것이 된다. (물론 그런 고양이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2 잘못된 보은이 일으킨 파문]
지브리 스튜디오의 '고양이의 보은'은 서로 다른 종이 가지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설명한다. 작품의 주인공인 하루는 등교하다 교통사고로 다칠 뻔한 고양이를 구해주게 된다. 이 상서로운 고양이는 일반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 왕국에 속해있는 고양이로, 고양이 왕국의 왕이 직접 하루에게 행차해, 하루에게 특별한 보은을 약속한 것이다. 그 보은은 앞서 설명한 쥐선물이나 집앞 마당이 고양이풀로 뒤덮히는 사건 등이다. 이는 고양이에게는 매우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지만, 인간에게는 전혀 쓸데없는 선물이 된다. 그리고 종국에 고양이 왕은 하루를 자신의 며느리로 삼겠다며 하루를 데려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문제는 이러한 보은의 행위가 주인공인 하루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상식과 이해의 영역이 다른 사람과 같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이루어진 행동은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어 이해관계의 충돌을 일으키고 관계의 균열까지 야기하기도 한다.
문제의 해결은 다시, 이해관계가 다른 바론 남작에 의해 실마리가 마련된다. 바론은 인간이 혼을 실어 만든 고양이 조각에 영혼이 깃들어 탄생한 존재이다.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돕는 '고양이 사무소'를 운영하는 바론은 하루의 사정을 듣고 그녀를 도와주기로 하고, 고양이 왕국까지 따라가 그녀를 무사히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낸다. 여기서 바론은 고양이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양이와 이해관계를 함께 할 것처럼 보이나, 그 생명의 근원이 인간의 정신에서 왔다는 점에서 인간의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제 삼자를 의미하게 된다. 인관과 고양이의 양 세계를 모두 이해하고 올바른 균형으로 돌려놓는다는 점에서, 그는 잘못된 소통과 문제가 대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3 이종간의 차이와 화합의 모티프]
작품은 이러한 이종간의 차이를 단순히 고양이와 인간이라는 모양에서만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작품에서 낮은 인간의 영역, 밤은 고양이의 영역이다. 고양이 왕국에 들어온 하루는 동이트기 전까지 고양이 왕국을 빠져나가지 않으면 끝내 고양이로 변하게 된다.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바론 역시 낮에는 인형의 형상을 유지하고, 해가 진 후에야 생명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전기가 발명되기 전까지 낮은 인간의 영역, 밤은 짐승과 요괴의 영역이었다. 작품은 이러한 오랜 시간관을 끌여들여 이종간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낼 뿐만 아니라, 하루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시간적 데드라인을 만들어 스토리에 긴박감을 성공적으로 부여한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고양이의 보은'은 구도가 어렵지 않지만 신선한 스토리로 즐기기에 어렵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를 매우 좋아하여, 다양한 고양이를 볼 수 있어 감상 내내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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